정부, 국중원에 코로나19 전담 300병상 행정명령
취약계층 환자 80여 명 퇴원 또는 전원돼
“취약계층 환자 대책 없는 조치, 실태조사부터 했어야”

홈리스 당사자인 안 아무개 씨가 동부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도중 강제 퇴원 피해를 당한 사례를 발언하고 있다. 안 씨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했다. 안 씨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코로나 시기, 홈리스가 이용 가능한 병원을 확대하라'고 적혀 있다. ⓒ빈곤사회연대
홈리스 당사자인 안 아무개 씨가 동부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도중 강제 퇴원 피해를 당한 사례를 발언하고 있다. 안 씨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했다. 안 씨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코로나 시기, 홈리스가 이용 가능한 병원을 확대하라'고 적혀 있다. ⓒ빈곤사회연대

저소득층, 행려·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 환자들이 ‘감염병 전담병상 확보’라는 정부 정책에 의해 어떠한 대책도 없이 병원에서 내쫓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아래 국중원)에서 이를 이유로 80여 명의 취약계층 환자가 퇴원 또는 전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는 취약계층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의료시설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데에서 비롯된 문제이나, 지금 당장 이들이 갈 수 있는 의료기관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장기화되는 감염병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 마련이 시급한 숙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22일 정부는 ‘일상회복 위기극복을 위한 추가병상 확충 및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등 일부 공공병원의 전부 소개(疏開, 밀집된 것을 분산시킴)를 통해 499병상(중증 9, 중등증 490)을 확보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현재 입원자를 다른 곳으로 분산한다는 내용이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가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저소득층, 행려·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80여 명이 국중원에서 퇴원하거나 전원조치됐다.

국중원은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 시행기관, 노숙인 지정병원, 의료급여 수급자 등의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다. 그동안 민간의료 영역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던 취약계층 진료시설의 역할을 해왔다.

운동본부는 12일 성명을 통해 “국중원은 취약계층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다. 정부는 엄동설한에 결국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기어이 거리로 쫓아냈다”라고 비판했다.

문대성 국중원 기획조정실 소통기획팀 대리는 “의사의 의학적 소견에 따라 퇴원한 환자도 있고, 타병원으로 전원하는 환자의 경우 중증도에 따라 상급종합병원부터 일반병원 등으로 전원했다”라며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의료원 내 병상을 비우는 것으로, 앞으로의 대안과 계획은 정부부처에 문의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몇 명이 퇴원하고 전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감염병 전담병상 확보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후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지원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도자료에는 병상확보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인건비 지원, 추가 수당, 특별 수당 등의 내용은 담겼지만, 입원자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 대책을 직접 듣고자 했으나 담당자와 통화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취약계층의 병원 이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지난 2020년에도 서울시동부병원(노숙인 지정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수술을 앞두고 있던 홈리스가 치료받지 못하고 강제로 퇴원당한 일이 있었다. 이후에도 그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서울시동부병원은 현재에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취약계층의 의료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 등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한정적인 데에서 비롯됐다. 이 병원들은 대부분 국공립병원으로 취약계층의 의료를 담당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대부분의 국공립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었고,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갈 수 있는 병원은 점점 사라졌다.

서울시 내 노숙인 지정병원 10곳 중에서 현재 홈리스가 입원 가능한 곳은 홍익병원(민간), 보라매병원 단 두 곳밖에 남지 않았다. 응급실 이용이 가능한 곳은 보라매병원뿐이다. 이는 홈리스행동이 12월 중순경 각 지정병원에 문의해서 직접 확인한 내용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13일 유선숙 서울시 자활지원과 자활시설팀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서울시 내 국중원을 포함한 세 곳 병원의 입원이 가능하다”고 답하면서 국중원이 전담병상 확보를 위한 소개조치 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유 팀장은 “응급상황 시에는 노숙인 지정병원이 아니더라도 일반 민간병원에 입원도 가능하다. 추후 의료비 청구가 된다”라고 전했다.

서울시의 ‘2021년 노숙인 등 의료지원사업 운영계획’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서울시 노숙인복지시설 방문조사에 따른 인권 개선 권고’에 의하면 2020년 기준으로 지정병원 외의 병원에서 진료 등 의료지원을 받은 홈리스는 10명에 불과하다. 이에 인권위는 노숙인진료시설 병상 수와 노숙인 의료 수요 등을 비교·점검해 노숙인에 대한 의료지원이 지체되거나 거부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정부는 민간병원이 코로나19 환자나 취약계층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상황은 눈감은 채, 공공병원과 취약계층 환자를 쥐어짜 감염병 병상확보를 하고 있다. 국중원의 소개조치로 충분한 규모의 병상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부는 취약계층이 처한 의료공백 실태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