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삭발결의자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삭발 투쟁을 합니다. 장소는 인수위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쇠사슬과 사다리를 목에 건 문경희 대표. 그는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고 적힌 띠를 이마에
둘렀다. 사진 하민지
저는 중증뇌성마비 장애를 지닌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비장애인 시민이 8살이 되면 들어가는
초등학교를 저는 다니지 못 했습니다. 14살에 가야하는 중학교도 가지 못 했습니다. 17살에
가는 고등학교 또한 갈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사회생활을 배우며 꿈을 키울 나이에 저는 재가장애인으로 25년을 살아 왔습니다.
그때는 내가 학교에 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빠·언니들이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어머니가 싸준 김밥을 가지고 안방이나 건넛방에서, 아니면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김밥과 과자를 혼자 먹는 것도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세상과 격리된 채 청춘을 보내는
것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저는 걸을
수 없고, 언어장애가 있고, 한쪽 팔을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를 가진
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삭발 중인 문경희 대표. 사진 하민지
하지만 내 몸에 장애가 있어서 내가 학교를 못 간 것이 아니고, 내 몸의 장애 때문에 50 평생
직장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 한 것이 아니란 걸 이제는 압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함께, 한 사람의 권리보장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
이후부터 알게 됐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이동할 수 없는 게 문제고, 학교에 접근할 수 없는 게 문제고,
지역사회에서 나의 존엄한 삶을 내가 디자인하며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사회가 문제였습니다.
거리에 온통 턱과 계단뿐인 게 문제고, ‘저런 몸으로 왜 나왔을까?’ 하는, 차가운 동정의
시선만이 가득한 비장애중심사회가 문제고, 이런 비장애중심사회를 견고하게 만들어 놓은
정치권과 소위 전문가 집단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삭발을 마친 문경희 대표. 사진 하민지
21년 동안 우리가 외친 것은 단 하나입니다.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에게, 기획재정부
공무원에게, 그리고 우리 투쟁을 향해 입에 담지 못 할 욕을 쏟아내는 비장애인 시민에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날뛰는 날파리 같은 ‘이준석들’에게 외친 단
하나의 구호는 “장애인도 사람이고 민중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였습니다. 지금도 외치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이동해야 하며, 교육받아야 하며, 내 몸에 맞는 속도로 노동해야 하며,
다양한 삶을 꿈꾸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합니다. 이걸 말하기 위해 지하철 선로에 누워야
하고, 계단버스를 온몸으로 막아야 하고, 삭발까지 해야 하는 대한민국 현실에 너무나 화가
나고 슬픕니다. 하지만 우리는 동지들과 함께 비장애중심사회를 바꿔나갈 것입니다.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 중 자유롭게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교육을 안 받아도 되고,
노동사회에서 배제해도 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지역사회가 아닌 감옥 같은 시설에서
살아도 되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문경희 대표 옆에 그의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가 놓여 있다. 사진 하민지
우리 투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기재부는 올해 국토교통부가 요청한 교통약자 이동권 예산을
30% 삭감했습니다. 어디 누가 더 질긴지 봅시다. 반드시 장애인권리예산을 쟁취해, 차별로
가득한 이 사회가 어떻게 변혁되는지 끝까지 가 봅시다. 우리가 못 한다면
우리 다음 세대 동지들이 반드시 이룰 것입니다. 예산 없이 권리 없다! 투쟁!
삭발을 마친 문경희 대표(앞쪽)와 차한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뒤쪽). 사진 하민지
쇠사슬과 사다리를 목에 건 문경희 대표. 그는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고 적힌 띠를 이마에
둘렀다. 사진 하민지
저는 중증뇌성마비 장애를 지닌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비장애인 시민이 8살이 되면 들어가는
초등학교를 저는 다니지 못 했습니다. 14살에 가야하는 중학교도 가지 못 했습니다. 17살에
가는 고등학교 또한 갈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사회생활을 배우며 꿈을 키울 나이에 저는 재가장애인으로 25년을 살아 왔습니다.
그때는 내가 학교에 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빠·언니들이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어머니가 싸준 김밥을 가지고 안방이나 건넛방에서, 아니면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김밥과 과자를 혼자 먹는 것도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세상과 격리된 채 청춘을 보내는
것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저는 걸을
수 없고, 언어장애가 있고, 한쪽 팔을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를 가진
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삭발 중인 문경희 대표. 사진 하민지
하지만 내 몸에 장애가 있어서 내가 학교를 못 간 것이 아니고, 내 몸의 장애 때문에 50 평생
직장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 한 것이 아니란 걸 이제는 압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함께, 한 사람의 권리보장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
이후부터 알게 됐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이동할 수 없는 게 문제고, 학교에 접근할 수 없는 게 문제고,
지역사회에서 나의 존엄한 삶을 내가 디자인하며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사회가 문제였습니다.
거리에 온통 턱과 계단뿐인 게 문제고, ‘저런 몸으로 왜 나왔을까?’ 하는, 차가운 동정의
시선만이 가득한 비장애중심사회가 문제고, 이런 비장애중심사회를 견고하게 만들어 놓은
정치권과 소위 전문가 집단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삭발을 마친 문경희 대표. 사진 하민지
21년 동안 우리가 외친 것은 단 하나입니다.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에게, 기획재정부
공무원에게, 그리고 우리 투쟁을 향해 입에 담지 못 할 욕을 쏟아내는 비장애인 시민에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날뛰는 날파리 같은 ‘이준석들’에게 외친 단
하나의 구호는 “장애인도 사람이고 민중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였습니다. 지금도 외치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이동해야 하며, 교육받아야 하며, 내 몸에 맞는 속도로 노동해야 하며,
다양한 삶을 꿈꾸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합니다. 이걸 말하기 위해 지하철 선로에 누워야
하고, 계단버스를 온몸으로 막아야 하고, 삭발까지 해야 하는 대한민국 현실에 너무나 화가
나고 슬픕니다. 하지만 우리는 동지들과 함께 비장애중심사회를 바꿔나갈 것입니다.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 중 자유롭게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교육을 안 받아도 되고,
노동사회에서 배제해도 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지역사회가 아닌 감옥 같은 시설에서
살아도 되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문경희 대표 옆에 그의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가 놓여 있다. 사진 하민지
우리 투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기재부는 올해 국토교통부가 요청한 교통약자 이동권 예산을
30% 삭감했습니다. 어디 누가 더 질긴지 봅시다. 반드시 장애인권리예산을 쟁취해, 차별로
가득한 이 사회가 어떻게 변혁되는지 끝까지 가 봅시다. 우리가 못 한다면
우리 다음 세대 동지들이 반드시 이룰 것입니다. 예산 없이 권리 없다! 투쟁!
삭발을 마친 문경희 대표(앞쪽)와 차한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뒤쪽). 사진 하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