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삭발결의자 배재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삭발
투쟁을 합니다. 장소는 인수위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배재현 활동가가 지하철에 타려고 승강장에 서 있다. 열린 문 안에는
사람들의 다리가 보인다. 그들은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다. 서있는 사람들의 다리가 마치
‘따가운 시선’처럼 느껴진다. 사진 이슬하
이동한다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목발도 짚어보고 휠체어도 타봤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목발을 짚으면 수많은 계단에 막히고, 역내 엘리베이터를 찾으러 걸어 다니느라
힘들었다. 전동휠체어 타면 편할 줄 알았는데 수많은 턱에 막히고, 바퀴는 단차에 끼이는 일이
매일 반복된다.
목발을 짚었을 때, 버스는 아예 탑승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특수학교에서 일반 학교로 전학
가던 날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르는데 느리다고 입학을 거부당했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이동이 어려우면 수많은 불편과 차별을 겪는다.
닫힌 안전문 유리에 배재현 활동가의 모습이 언뜻 비친다. 그 너머로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 이슬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한 지 8년이 넘었다. 권익옹호가 필요한 수많은 현장에 참여했다.
그 현장에 갈 때마다 혹시라도 엘리베이터가 점검하거나 고장이 나면 돌아가야 했다. 매번 ‘또
어디로 가야 하지? 반대쪽? 아니면 또 어디?’ 이렇게 당황하며, 힘들어서 숨 한번 크게 몰아쉬고
이동이 가능한 곳을 찾아 헤매기 일쑤였다. 점검 중이던 곳에 다시 가게 되면 매번 전화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이동과 차별을 겪으며 살아온 나에게 이번 일은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이
부정되는 사건이었다. 이 사회에서 나는 시민도 아니고 국민도 아니다. 나 자체가 온전히
부정당하는 말들에 가슴 미어짐과 허탈함을 느꼈다.
나는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온갖 힘을 다해, 피와 땀을 기울여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내 삶이 장애인의 현실도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 통째로 부정당해야 하는가. 경험하지
않은 진실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경복궁역에서 삭발하기 전, 배재현 활동가가 사다리를 목에 건 채 발언하고 있다. 그의 옆엔
지난 3월 30일, 첫 번째로 삭발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있다.
사진 이슬하
2021년 12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을 위한 선전전에 합류한 이후 80여 일 넘게 출근길
현장을 꾸준히 지켜왔다. 긴 싸움이 될지 모르지만, 이제는 성과를 봐야 하고 끝을 내야 한다는
각오로 결합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뭐 하러 매일 가냐” “힘든데 쉬면서 하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있어야 하고 힘을 보태야 세상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나온다. 이것은 비단 내
생각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장애를 모르고 장애인의 삶을 모르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
왜 장애인이 버스를 세우고 지하철을 연착하며 한강다리를 맨몸으로 기었는지 아는가. 그것은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살기 위한 외침이었다
배재현 활동가가 삭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내가 힘든 건 괜찮다.
나는 힘들어 쓰러져 죽을 때까지 투쟁하며 함께 싸울 것이다.
최선을 다해 맞서 싸우고 투쟁으로 바로잡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준석 대표는 왜곡하지 말고, 진실을 제대로 알고 배우라.
삭발한 배재현 활동가의 모습. 이마에는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고 적힌 머리띠를 하고,
목에는 쇠사슬을 두르고 있다. 두 눈엔 눈물이 맺혔다. 사진 이슬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