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Community

자유게시판
제목 의도 없는 차별·혐오 발언, 장애 당사자는 고통받는다
작성자 장현이
작성일자 2024-06-28
조회수 260

의도 없는 차별·혐오 발언, 장애 당사자는 고통받는다

잉글랜드 토트넘 손흥민 인종차별 소식을 접하며

유럽 프로리그들은 한 달 전에 끝났고, 바이에른 뮌헨, 아스날 등 유럽의 최상위 프로축구구단들의 경연장인 UEFA 챔피언스리그는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은 유로 2024가 열리는 독일 10개 도시와 코파 아메리카 대회가 열리는 미국으로 집중돼 있을 거다.

이 와중에 얼마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소식이 전해졌다. 얼마 전 실렸던 "아시아인들 예민하네...한국 축구? 수준도 낮으면서" 벤탄쿠르 인종차별 이유, 가치관 그 자체였다“란 제목의 MHN 뉴스의 내용과 ‘징계 피하려? 손흥민에 ‘인종차별 발언’ 벤탄쿠르 재차 사과‘라는 제목으로 쓴 한겨레 기사 내용을 종합해 보겠다.

손흥민의 동료이자 절친인 토트넘 핫스퍼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가 우루과이의 한 방송 프로에 출연했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이 벤탄쿠르의 토트넘 유니폼이 있으니 한국선수 유니폼 가져다 달라고 그러자 벤탄쿠르는 손흥민 이름을 말했다. 그러더니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 것도 괜찮다고 했고, 이에 벤탄쿠르는 어차피 동양인은 다 똑같이 생겼으니 손흥민 사촌 것을 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잉글랜드 토트넘의 주전인 손흥민이 벤탄쿠르(애칭 Lolo)의 인종차별이 의도치 않았을 거라며 그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입장문. ⓒ토트넘 핫스퍼 공식 인스타그램
잉글랜드 토트넘의 주전인 손흥민이 벤탄쿠르(애칭 Lolo)의 인종차별이 의도치 않았을 거라며 그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입장문. ⓒ토트넘 핫스퍼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의 축구팬들은 인종차별이라고 항의했고, 여기에 대해 벤탄쿠르는 너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단지 나쁜 농담이었으니, 사과하겠다는 뜻을 손흥민에게 전했다. 손흥민도 이후 자신의 SNS에 벤탄쿠르가 자신에게 불쾌감 주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며, 그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사과했다며 그의 잘못에 대해 용서했다.

이렇게 되자, 벤탄쿠르가 출연했던 프로그램의 인터뷰 영상으로 인해 손흥민을 응원하는 국내 팬과 벤탄쿠르에게 응원을 보내는 우루과이 팬들이 서로 싸우게 됐다. 한 국내 팬은 벤탄쿠르를 가리켜 인종차별주의자라 했고, 이에 응수하듯 벤탄쿠르의 농담은 최고로 재밌다며 피해의식을 버리라고 말하는 우루과이 팬들이 있었다.

우루과이에 사는 아시아인들과 흑인들이 손흥민에게 무의식적으로 던지는 그와 같은 말들을 희극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영상 사이트에서 발언한 우루과이 팬도 있었다. 심지어 이런 문제는 영국인과 아시아인만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며, 한국 축구는 뛰어나지 않다고 발언하는 우루과이 팬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축구협회는 이번 손흥민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며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 기사들을 읽으며, 조금은 마음이 화가 나면서 심란해졌다. 사실 벤탄쿠르 입장에선 별일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동양인은 모두 같다는 식으로 벤탄쿠르가 말한 거이니, 서구에서 자주 보는 인종차별에 기반한 인식이 깊게 깔려 있다. 그런데 의도치 않은 차별이라고 한 걸 보면, 우루과이에선 아시아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문화가 깊게 뿌리박혀 있음 또한 암시하는 거다.

그런 문화 속에서 어떤 선량한 우루과이인이 자기도 모르게 의도치 않게 한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인들에게 벤탄쿠르가 말한 것처럼 말한다면? 그 아시아인들은 아마도 차별당했다는 기분에 분함은 물론, 낙인감에 자존감 하락까지 경험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벤탄쿠르는 전 세계 축구팬들이라면 아는 공인이고, 인터넷에 올린 영상에서 그가 한 인종차별적 발언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우루과이 전역에 부지불식간에 아시아인을 혐오하는 문화는 팽배해지면 팽배해졌지, 적어도 줄어들진 않을 거다. 이렇다면 벤탄쿠르는 친구 손흥민에게 경솔하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잘못했다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벤탄쿠르 자신은 우루과이에 부지불식 간에 만연한 인종차별 문화에 대해 냉철하게 돌이켜 봐야 했다.

손흥민 자신도 벤탄쿠르의 진정한 의도를 알고 또한 그와 관계가 틀어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 용서했다는 걸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차별 발언을 들은 것에 대해선 이건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것이기에, 아닌 건 아니라고 벤탄쿠르에게 분명히 얘기했어야 했다. 둘이 진정한 친구라면, 더욱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적정한 거리는 유지하면서, 아닌 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그 용기를 서로가 갖는 관계가 진정한 친구 관계일 터이니 말이다. 나는 과연 그러고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분명 찔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야 맞는 거 아니겠냐는 생각은 든다.

3년 전 2021년 4월 20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의 5개 단체에서 ‘국회의원들의 반복되는 장애비하발언에 대한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원 대상 공익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모습. ⓒ에이블뉴스DB
3년 전 2021년 4월 20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의 5개 단체에서 ‘국회의원들의 반복되는 장애비하발언에 대한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원 대상 공익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모습. ⓒ에이블뉴스DB

국회의원들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 장애계 단체에서 차별시정을 요구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이들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유리하게 확보할 목적으로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히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이광재 의원), ’문재인 대통령의 갈팡질팡 대일 인식, 그러니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 아닌가?‘(조태용 의원) 등의 발언 등으로 장애인을 비하했다.

'절름발이', ’정신분열적‘이라는 말을 긍정적이 아닌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는 걸 딱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에, 장애계 단체의 차별시정 요구 시 비하하는 발언을 한 의원들은 장애인 비하 의도가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말 자주 하는데 무슨 문제냐며, 시정요구에 항변했다.

더군다나, 법원에선 모욕죄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며, 집단 모욕이 집단의 구성원으로 가면 모욕 희석될 수 있다는 논리로 모욕죄를 집단엔 인정하지 않는 판례들이 있어왔다. 이런 논리와 국회의원들의 논리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는지, 결국 법원은 국회의원들의 편을 들었다. 공적 문제를 인권 관점으로 처리하는 모습이 법원엔 매우 부족함을 드러낸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의도치 않게 혐오했다고 하는 데는 장애를 혐오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팽배하기에 그런 것도 있다. 장애를 다양성으로 인정하지 않고 고치고 없애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길들어진 우리 사회이지 않은가?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선 장애인이 권리의 주체도 소유자도 아니다. 그러니 장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게 자연스러울 터지.

그런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장애인 혐오 정서가 담긴 ’벙어리‘, ’절름발이‘ 등의 말을 너나 나나 자연스레 쓸 터이지. 그런 상황에서 더구나 국민을 대변해 일하는 정치인이자 국민 개개인에 비해 영향력이 훨씬 큰 공인인 국회의원들이 장애인 비하 발언하면, 장애 혐오 정서는 걷잡을 수 없이 팽배해질 터이다. 더군다나 불특정 다수 대상의 비하 발언이면 혐오 정서는 더 걷잡을 수 없겠지.

장애의 의료적 모델이 팽배한 사회에서 상대방이 의도하건 의도치 않건, 차별과 혐오의 말들을 수도 없이 경험한 과거가 쟝애인들에겐 적지 않다. 그러니 현재 상대방이 차별과 혐오의 의도가 없었어도 부지불식 간에 혐오하고 차별하는 단어를 쓰거나 말을 하면, 그런 과거가 있는 장애인들은 과거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르기에, 분노와 수치심, 낙인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얼마 전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장애인과 만나면서 ’장애우‘란 표현을 써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다. 장애인은 친구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친구라면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야 친구 아니던가? 그런데, 비장애인은 장애인에게 공감하는 척을 하면서는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게 우리 사회 현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비장애인도 간혹 있지만 말이다.
2021년 12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장애인본부 전국 릴레이 정책투어 '장문현답(장애인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에 참석한 후 장애인이 옆에 있는 상태에서 장애우라 말하는 모습. ⓒTBS 뉴스 유투브 동영상 캡처
2021년 12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장애인본부 전국 릴레이 정책투어 '장문현답(장애인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에 참석한 후 장애인이 옆에 있는 상태에서 장애우라 말하는 모습. ⓒTBS 뉴스 유투브 동영상 캡처

그런 사회에서 ’장애우‘란 말을 통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차별하고 장애인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여겨진단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장애인 차별이 일상이고,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사회면 차별할 의도 없었지만, ’장애우‘란 말이 주는 의미를 잘 모른 채 장애인에게 그 말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겠지. 내 주위에도 그런 식으로 ’장애우‘란 말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10년 전엔 권리협약 NGO 보고서를 장애계 단체들과 함께 공동으로 작성하기 위해 워킹그룹별로 모였을 때가 있었다. 나는 그때 장애인 단체에서 일했었는데, 당시 워킹그룹 모임이 끝난 후 한 단체의 관계자와 함께 대화하다 무심결에 ’절름발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절름발이‘란 말은 장애인을 차별하는 말이라 쓰면 안 된다는 말을 관계자에게 들었다.

관계자의 강력한 말을 들었을 때 알겠다는 말을 했지만, 속에선 당황했다. ’절름발이‘란 말이 무심결에 나왔으니 차별할 의도는 없었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관계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절름발이‘란 말을 오랫동안 경멸조로 들어왔던 경험이 많은 지체장애인 당사자들에겐 내가 그 말을 썼을 때 얼마나 큰 모욕감이 들까? 설령 내가 의도치 않았다 해도 말이다.

나 개인적으론 ’정상‘이란 말만큼 듣기 싫은 말이 없다. 과거 가족으로부터, 또는 학교 동료로부터 ’비정상‘이란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자신이 없었다. 교회 사람들에게까지도 ’비정상‘이란 말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장애계 단체에서 일하고 거기서 상사, 동료들이랑 같이 대화하고 배우면서 비장애를 정상, 장애를 비정상으로 가르는 건 차별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정상인‘이라는 말만 나오면 그 말 쓰지 말라고 할 정도다. 그거 때문에 한 번은 과거 교회 형이랑 대판 싸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 형은 나를 비하할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고 하며 오히려 내가 이상하고 예민하다고 했다. 그 형의 강한 말투와 표정에 나는 꼬리를 내렸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한 게 후회된다. 내가 오히려 그 형에게 설령 비하하거나 차별할 의도가 없었어도 장애인을 혐오하는 정서가 팽배한 사회이기에, 그런 말을 형이 쓰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했다면? 혐오할 의도가 없었다 해도, 혐오하는 정서가 담긴 그 말에 나는 상처와 트라우마가 자꾸 떠오르고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할 걸 그랬다. 오히려 나의 차별당했던 과거의 경험이 사장 당한 느낌이 든다.

2년 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선 ’장애인단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장애인단체의 참여를 통해 장애인의 인식을 제고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항하는 국가 전략을 채택하고 이 결과를 모니터링한다‘는 권고를 내린 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이런 권고를 국가는 이행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의도치 않게 ’절름발이‘, ’자폐적‘ 등의 차별하는 말을 상대방이 던지는 게 일상이고, 여기에 장애인들은 분노와 수치심, 모욕감을 느끼는 현실이 지속되는 건 여전하겠지.

의도치 않은 차별과 혐오의 말에도 당사자들은 고통을 받는다. 그러니 이런 게 두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장애인 등의 존엄성을 증진하는 장애의 인권적 모델로 향하는 중장기적 전략과 청사진이 우리 정부와 사회에 있게 되길 바라는 심정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으니 말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