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극장, 스물여덟번째 상영작 ‘파리올림픽 개회식’
2024 파리 올림픽’은 개회식에서 파격을 보여주었다. 근대 올림픽 역사에서 이렇게 상상을 초월한 개회식이 있었던가?세느강을 운동장으로 활용한 무대 무너뜨리기라든가, 영화와 문학과 미술 건축 같은 전 예술 장르를 총체적으로 융합시킨 점, 파리라는 도시 전체를 무대화한 창의적 시도 등은 훌륭했다. 그러나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파리올림픽 개회식을 보다 성화봉송과정에서 눈살이 찌푸려 졌다. 조직위가 휠체어 장애인을 너무 심하게 보호해서다. 성화봉송자로 선택받으면 영광이고, 세계인 모두가 궁금해 한다.특히 마지막으로 갈수록 관심도는 높아진다. 올립픽 성화봉송자 선정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파리올림픽 성화봉송 녹화 중계를 보다가 프랑스가 자유, 평등, 박애를 표방하는 나라니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아,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있으니 그때 나오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 나이 많으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나오셨다. 성화가 전달되면서 전에 받은 성화가 더해지는 식이어서 그는 2개를 받아야 했다.한 손에 하나씩 잡으면 휠체어를 어떻게 밀지? 하는데, 조직위는 마음도 넓게 다음 주자가 다가와서 성화를 받아가지고 뛰어가게 했다.
파리올림픽 개회식,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성화를 봉송하다. ©KBS 방송 캡처
저럴 걸 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등장시켰지? 휠체어는 세상 살기에 불편하다라는 걸 알려주려는 깊은 뜻이 있었나? 그 장애인의 휠체어는 성화대 쪽으로 단 1cm도 움직이지 않았다.
비장애인들이여, 장애인을 행동하게 할 때는 꼭 의사를 물어보시라. 스스로 아마 이러겠지, 혼자 생각하니 이런 몰상식한 장면이 나오는 거다.
영상을 5일 동안 찾았고, 조금 전 드디어 찾았다. 반쪽짜리였다. 성화를 받는 모습은 없고, 다음 사람에게 전해주는 장면만 있었다.
그냥 앉은 상태에서 받은 성화를 받아 휠체어 방향을 돌렸고(사실 돌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점프컷이다), 다음 사람에게 그 자리서 넘겨준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을 성화봉송자에 포함시킨 것이 역겨웠다. 장애인을 모욕한 것이다. 장애인에게 한 손에 하나씩 성화봉을 들게 하고 지금까지 달려온 사람이든, 달려갈 사람이든 비장애인이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었을까
